육소봉지 봉무구천

하늘과 땅 사이에

사랑은 아지랑이 같은 것

시련과 좌절은

꿈인 양 침묵만이 흐른다

간밤에 그대는

내 곁에서 순간에 사라지고

그리움은 정녕

끝이 없는 애증의 연속인가

정처 없이 헤매며 칼날에 목숨을 건다

사랑과 미움은 모두 부질없는 것

정처 없이 헤매며 칼날을 쫓아간다

사랑과 미움은 모두 부질없어라

봉
제 11 화

봉 무
제 11 화

봉 무 구
제 11 화

봉 무 구 천
제 11 화

그럼 천천히 드세요

같이 앉아서 먹지

매일 시중만 들고
당신한테 너무 미안해

그럼 자기 집처럼 생각하고
맘 편히 드세요

부부가 다정한 걸 보니
정말 부러워, 자넨 여복도 많아

세상에서 가정보다 더
마음 편한 곳은 없을 거야

태어날 애의 이름은 지었나요?

아들인지 딸인지도 모르는데..

그럼 고과와 내가 태어날
애의 이름을 지어주죠

딸이라면 "고과"라고 하고

아들이라면 "적성"이라고 하죠

"서문적성" 듣기도 좋잖아요

그리고 날 양아버지로 삼으면

훔치는 기술을 전부
다 가르쳐 줄게요

도둑질을 왜 배워?

중이라고 잘난 척 하네, 유사시
부처님이 내려와 도와줄 거야?

무슨 헛소리야?

미안해, 아미타불..

오늘은 왜 두 사람 뿐이죠?
육소봉은 어디 갔나요?

성 안의 기루를 다 뒤졌는데도
육소봉이 보이지 않더군요

육소봉이 없으니 조용해 좋군

물론 좀 심심하지만..

우리 내기를 할까?
누가 먼저 육소봉을 찾아내는지..

좋아

이왕 내기를 할거면
좀 더 화끈하게 하자구

5십 냥씩 내서 이기는 사람이 갖는 거야

아미타불.. 불제자는
도박을 하지 않습니다

도박은 하지 않지만 그래도
매일 밥은 먹고 살아야지

만약 자네가 이기면
시주돈으로 줄게, 어때?

그건..

부처님이 도와줄 텐데..

-좋아, 그럼 하자구
-약속한 거야

이왕이면 크게 하자

백 냥!

여보, 애 이름을 지었나요?

정말 적성이라고 할까?

애 이름을 일찍 지어놓는 게 좋잖아요

육소봉을 찾으면 바로 돌아올게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잖아요

그가 숨어버리면 어떻게 찾아요?

1년이 걸릴지도 몰라요

수청

빨리 돌아와서
애를 봤으면 좋겠어요

당신은 검객인데 물론
은거하기가 쉽지 않겠죠

하지만 강호 일엔
개입하지 않길 바래요

알았어, 육소봉을 찾든 못 찾든
애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올게

5십 냥에 육소봉을 찾으면
그래도 5십 냥이 거저 생겨

아니야, 고과한테도 백 냥을 받을 수 있어

혹시 이 사람을 봤소?

육소봉이잖아

얼마 줄래요?

뭐라고?

사공적성은 5십 냥을 걸었어요

돈을 더 많이 준다면 소식을
들으면 곧바로 알려 드릴게요

그 놈이 선수를 쳤군

때려봐라!

자은사태, 왜 날 때린 거요?

너의 주지를 대신해 때린 거다

아미파의 장문인이라고 해서
이래도 되는 겁니까?

맞을 짓을 했으니까!

부운사는 비록 작은 절이지만
보조대사는 득도한 고승이야

너하곤 달라!

난 육소봉을 찾기 위해
기루에 갔을 뿐인데..

육소봉은 호색한이야
그와 어울리니 한통속이지!

난..

육소봉의 친구면 다 호색한이냐?

서문취설도 마찬가지겠군
그런데 왜 제자를 시집 보냈지?

방금 뭐라고 했어?

아..아녜요, 그저 세상이
아름답다고 했습니다

내가 못 들은 줄 알아? 다 들었어

뒤에서 날 욕했지?

아녜요.. 정말..

정말 재수없네

육소봉, 어딨는 거야?

기분 좋다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

운이 좋아서 큰 연근을 캘 수 있었어

그래, 가서 발 씻고 밥 먹어야지

아니.. 여긴 왜 이렇게
미녀들이 많이 있지?

빨리 와서 발 씻어

더러워

내 발 부터..

깨끗이 씻어

내 발 좀 봐

소봉! 소봉..

여기 숨었는데도 찾아내네

소봉

여긴 왜 왔어?

그냥..

발 씻게 가서 물 좀 떠와

너한테 홀딱 반했나 봐

-아니야
-뭐가 아니야?

왜 이래? 날 죽이려는 거야?

왜 우물 속에 숨어있는 거야?

여기 누가 숨어서 발 씻는 걸
훔쳐보고 있어

빨리 가자..

정말 엉큼해

길을 가다가 실족해서
이 속에 빠진 거야

농담이야 자, 어서 올라와

성 안으로 들어가
무공을 배우고 싶은데..

성 안의 여자들은
어떤 남자를 좋아하지?

소봉을 좋아하면서
왜 또 다른 여자를 찾아?

아니.. 그냥 여자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그래

그럼 임자 만났어
자, 앉으라고..

천천히 얘기해 줄게

여자는 당연히 멋있고 잘 생긴,
훤칠한 키에 무공이 고강하고

그런 남자를 좋아하지
중요한 건 콧수염이 있어야 돼

육대형 자신 얘기야?

내 얘기가 아니야

난 잘 생기고 콧수염이 있지만

무공에 대해선 정말
전혀 배운 게 없어

혹시 육소봉을 알아?

그걸 왜 물어?

둘 다 육씨니까 혹시 아는 가 해서..

잘 알지, 5백 년 전엔 한 식구였어

그래?

-나랑 닮지 않았어?
-네가 훨씬 나아 걘 네 근처에도 못 와

-정말?
-그래

동쪽? 방금 동쪽에서
왔는데 없었잖아

육소봉, 어디 있는 거야?

-어서 오세요, 뭘 드릴까요?
-알아서 가저와

이렇게 좋은 보검은 아무나
갖고 다니는 게 아니지

역시 좋은 검이군

감상은 다 했나?

역시 좋은검이군

감상은 다 했나?
그럼 돌려줘야지

검은 좋은데 임자가 어울리지 않는군

그럼 누가 그 검을 가질 자격이 있지?

그거야 영웅호걸이겠지

그럼 넌 그 검을 더럽혔어

날 풀어줘! 어서

풀어달라니까!

내가 누군지 알아?

투왕지왕 사공적성!

제법인데! 그럼 내 친구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알겠군

육소봉, 화만루, 서문취설..
어서 풀어줘

서문취설이 네 친구라고?

그래, 친한 친구야

내가 당한 걸 알면
가만 안 있을 거야

서문취설에게 걸리면 넌 끝장이라구

겁나지 않아? 목이 열 개라도 되냐?

어서 날 풀어줘!

왜 그러는 거야? 왜 그래..

어떡해야 서문취설과 사귈 수 있지?

그와 친해지려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
서문취설이야

그는 무엇보다 보검을 가장 좋아해

이 검을 선물하면 아마 좋아할 거야

주검산장이 어디 있죠?

주검산장.. 여기가 주검산장인데

뭐가 필요하십니까?

식칼이나 부삽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가격도 저렴하고요

여기가 주검산장이요?

주검산장? 검을 만들지
않은 지 오래됐습니다

-왜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요

좋은 검을 만들려면 세 사람이
연속 열 두시진 불을 지펴서..

풀무질을 하고 동철 2십 근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니까요

이 농기구들도 만만치 않아요

값은 저렴하지만 이문이 많아
먹고사는 건 문제 없죠

검을 파는 것보다 훨씬 낫죠

공손교의 후손이 맞소?

네

공손교는 십팔반 무기를
가장 잘 만들었기 때문에

무공은 모르지만 무림에서
존경을 받아왔소

그의 후손이라면 명검을
만들려고 노력해야지!

무림인은 명리를 추구하지만

우리같은 서민은 돈만 벌면 됩니다

불효막심하군!

불효든 효자든 당신과 무슨 상관이죠?

물건을 살 게 아니면 가십시오

조상들이 이 사실을 알면
아마 눈을 감지 못할 거요

무슨 말이야? 미쳤나?

한심한 인간들이야

돈만 알지 명검의 진가를 전혀 몰라

아미타불.. 서민들은
먹고 사는 게 우선이니까

이해를 해줘야지

전에 나라면 단칼에
다 죽여버렸을 거야

왜 그렇게 집착을 하지?

불가에서도 마를 배척하잖아

그래, 허나 세상사는 뜻대로 되지 않아

선과 악은 공존하고..

난 오직 내 손의 검만 믿을 뿐이야

그런 속물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를 몰라

아미타불..

살

조상의 뜻을 거역하면 죽어야 한다

누구한테 원한을 샀지?

다른 단서는 없느냐?

없습니다

너무 비참해

누가 이런 악랄한 짓을..

아미타불..

수상한 사람을 봤답니다

수상한지 아닌지는 몰라도..

어제 어느 협객이 이곳을 찾아왔어요

생김새를 기억해요?

우숙!

돌아왔어?

장작을 패요? 내가 할게요

이런 일을 안 해본 사람은
힘들어서 못 해

괜히 폐만 끼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무슨 말이야? 여긴 나와 소봉 뿐인데

자네가 오니 사람이 사는 것 같아서 좋아

집이 워낙 낡아서 불편한 게
없는 지 그게 걱정이야

무슨 말이에요, 전 아주 편해요

불편한 게 없다면 얼마든지 있도록 하게

누구야?

왜 그래?

왜? 우리가 발 씻는 걸
훔쳐봤으니 나도 훔쳐봐야지

눈에는 눈으로 갚는 게 당연하잖아

부끄러움도 모르나?

밖에선 아무나 볼 수 있지만
여긴 엄연히 집 안이야

맞아, 여긴 우리 집이야

그 동안 방값, 찬값, 밥값
외상이 많이 밀렸어

모두 8십 냥인데 빨리 줘

8십 냥? 그렇게 많아?
착하다고 바가지 씌우지 마

네가 착한 사람이야?

넌 바로 그 기루에 자주 들러서..

술을 즐겨 마시는 바람둥이 육소봉이잖아

내가?

내가 만약 육소봉이라면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진짜 육소봉이 오면
널 보자마자 도망갈 거야

뭐라고?

영서일지!
그래도 육소봉이 아니야?

영서일지가 아니라
개코를 잡아끄는 거야

요런 못되먹은 것!

좋아, 내가 소문을 내줄게

육소봉과 비슷한 사람이 나타나서

두 손가락으로 여자를 괴롭히고 있다고!

그럼 많은 강호인이 찾아올 걸!

다들 와봐

이러지 말아, 제발..

육소봉이 직접 사정한다면 몰라도..

강호인들이 몰려오면 곤란해

이번엔 또 어떤 여자를 건드려
이곳으로 도망쳐 온 거지?

대협은 강호를 떠돌아 다니며
이것저것 견문을 넓혀야 하잖아

여색을 밝히는 육소봉도 쉬고
싶을 때가 있나보지?

좋아, 모른 척 해줄 수도 있어

술값, 방값, 찬값, 8십 냥 외에
그럼 2십 냥을 더 내놔야 돼

그래야만 내 입을 막을 수 있을 거야

합쳐서 은자 백 냥이야

백 냥?

알았어.. 가능한 빨리 갚아줄게

재수 없게 왜 하필이면
너같은 날강도를 만났지?

서문취설, 어제 주검산장에 갔었지?

그게 어때서?

그곳 사람들을 네가 죽였냐?

나한테 그걸 물을 자격이 없어

하지만 대답은 해주겠다, 아니야

어쨌든 우리랑 같이 관아로 가자

그건 내 검한테 물어 봐

그곳 사람들을 네가 죽였냐?

나한테 그걸 물을 자격이 없어

하지만 대답은 해주겠다, 아니야

어쨌든 우리랑 같이 관아로 가자

그건 내 검한테 물어 봐

아미타불.. 어제 난
줄곧 그와 함께 있었소

구차하게 해명할 필요 없어

앉아서 차나 마셔

이곳 "팔보요리"도 맛있다는데..

난 서문취설을 잘 알고 있소
그는 검을 아끼는 사람이오

어제 그의 표정에서
비애를 엿볼 수가 있었소

그들에 대해 크게 실망한 거요

검객에게 중요한 건 검이고..

검은 목숨보다 중하죠

헌데 그들은 검의 소중함을 모르니..

서문취설은 그들의 태도가
죽어 마땅하다고 말은 했소

소봉!

왔어..

소봉, 전복이야

자, 전복을 먹어봐

발이 예쁜데..

엉큼해!

뭐하는 거야?

먹는 법을 가르쳐 줄게

이렇게 기름을 발라 다시
고추장을 찍으면 아주 맛있어

그래, 맛있다

이렇게 먹는 걸 어디서 배웠어?

어부를 하는 친구한테 배웠어

배에선 생활하기 불편해서
주로 이런 식으로 먹는대

하나 더 먹어

전복이 아주 신선한대

당연하지

와.. 맛있다

너무 맛있다

이리 줘봐

내가 실언을 하는 바람에
7일 동안 감옥살이를 했군

아내한테 알려 이곳에
와주게 해서 고마워

알려서 온 게 아녜요

그래, 난 알리지 않았어

그럼 누가..

누군진 몰라도 의젓하게 생긴
젊은인데 검을 차고 있었어요

나이는 서른 미만이고..

내게 알려주고 돈도 줬어요

관아에 가면 돈이
필요할 거라고 하더군요

누구지?

당분간 이곳에 머물게

시킬 일이 있으면 사미승을 불러

아미타불

여보, 그 동안 걱정을 끼쳐서 미안해

그래도 누구와 검을
겨루는 것보다 낫죠

좀 쉬도록 해

괜찮아요 애기가 발로 차는 거예요

아버지가 검을 좋아하니 애도
배 안에서 검을 연마하나 보죠

애가 태어나면 검 보다도
매일 글공부를 가르칠게

문무를 겸비한 애라면 더 좋겠죠

누워

여보

누가 당신한테 알려줬지?

말수는 별로 없었지만 외모로
봐서는 검술의 대가 같았어요

어느 문파 사람이지?

당신을 걱정하는 바람에
딴 생각을 못 했어요

모름지기 적은 아닌 것 같군

이상하게 왜 이름을 남기지 않았지?

여보

고과사형이 죽림으로 오시래요

그래, 곧 갈게

역시 실력이 대단하군

별말씀을..

육소봉은 손가락 두 개로
검을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난 두 손으로 겨우 검을
잡을 수 있었어

역시 한 수 아래지

마를 상대하기 위해선 무공이 필요해

강호에서 어떤 일이 생겨도
운부사는 늘 참여해 왔지

불제자면서도 무림인이니까

악을 원수처럼 생각하고!

운부사는 소림 같은
큰 사찰과 비교가 안 되지만

난 무림 정의를 위해선
언제든지 나설 용의가 있어

우린 비록 가는 길이 다르지만
언제든지 보조를 맞출 수 있지

강호에 자네 같은 협의지사가 많으면

사악한 무리들은 활개치지 못하겠지

불문에서 말하는 육계는..

만악의 근원이며 세인의 악성이라는데

그게 도대체 뭐지?

육계는 기원이 천축으로
중원의 팔계와는 좀 다르다네

이치는 같지만..

개인적으론 수신하고
사직에선 만민을 이롭게 하지

또한 형법으로 정하면
나라를 부강시킬 수 있네

좀 더 자세히 말해주겠나?

일계는 조상을 잊는 거고..

우리가 살아있는 것은
조상들의 음덕이랄 수 있지

그걸 모르면 짐승과 다를 바 없네

2계는 뉘우침인데..

모든 분쟁은 자신의 주장을 계속 고집하는데서 비롯되지

마음을 비우지 못하기 때문이네

그럼 다툼이 이어질 수 밖에

3계는 참견하는 건데..

스스로 고뇌를 자초하는 일이지

자신을 잘 다스리면 굳이
이권에 개입할 필요가 없지

4계는 이간질이지

남을 이간질하는 말은
창칼보다 더 사납네

역사를 돌이켜 봐도..

이간질로 인해 많은 왕조가
쇠잔해 멸망의 길을 걸었지

5계는 약속을 어기는 것!

대장부는 약속을 지켜야 하네

약속을 했으면 피를 흘리고
목이 잘려도 꼭 지켜야만 하네!

6계는 주색탐욕!

몸은 좀 어떻소?

하루를 쉬니까 어제처럼 피곤하지 않아요

들어 와

누가 이걸 시주께 전해달라고 했어요

고마워

귀한 후두버섯이에요

당신을 숭배하는 자..

고과대사, 폐가 많았어

대접을 잘 받고 가네

아미타불.. 잘 가게

날 바래다주고 나서 또
육소봉을 찾아 나설 건가요?

다른 뜻이 아니라 육소봉은
이번에 오랫동안 실종 됐어요

그는 절대 죽지 않아

어디서 즐기고 있겠지

누구냐?

서문대협이죠? 저는 하녀로 왔어요

빨리 나와봐요 서문대협이 오셨어요

인사 올립니다

서문부인

당신들은 또 누구지?

전 애를 받는 산파인데
부인을 모시러 왔어요

-전 의원입니다
-누구의 명령으로 왔지?

젊은 협사인데 저희들더러
서문부인을 잘 모시랬어요

그 분의 성함과 신분은 전혀 몰라요

가시오! 시중은 필요 없으니

가요!

서문대협이 가라고 했어요

무슨 음모가 있냐?

여보!

당신을 보석해 준 사람이에요

고맙습니다

그 동안 강호에서 그 이름을
전혀 들어보지 못했는데..

강호 활동을 별로 안 하고..

원래 무공도 평범해서
절 모르는 게 당연하죠

제 남편과 3십 초식이나
겨룬 사람은 많지 않아요

형수님이 적시에 말리지 않았다면

아마 서문형의 검에 목숨을 잃었을 거요

내가 너무 경솔했소

아내에게 알려 날 보석해주고
버섯을 보내준 사람이군요

차로 술을 대신해 한잔 올리겠소

감사합니다

단공자는 왜 제 남편을 도와주는 거죠?

지난번 서한에 분명히 밝혔듯이

전 강호의 검술 고수를
가장 존경해 왔습니다

특히 서문형을 흠모해 왔습니다

난 무식한 놈이라서..

그저 악을 징벌하고
내 멋대로 살아왔을 뿐이오

말은 쉽지만 그럴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지난날 엽고성과의 그 일전만 해도..

그야말로 경천동지 무림을 진동시켰죠

엽고성은 비록 천외비선으로
한 때 강호를 풍미했었지만..

당신에게 패했습니다

당시 누가 이길 건지
의견이 분분했는데

전 서문형의 승리를 확신했습니다

엽고성과의 그 일전은 내 생애
가장 잊을 수 없는 격전이었소

알아요, 37회 초식인 "답설심매"를 시전하자..

승리를 확신했는데 엽고성도
만만치 않더군요

천외비선 대신 천녀산화를 썼죠

당신을 수세로 몰기 위해서..

그러니 답설심매 초식은
제대로 위력을 발휘하지 못했죠

엽고성은 검의 명인이었소

허나 49초식 오설한매를 그는
도저히 막아내지 못했어요

당시 현장에 있었소?

서문형과 엽고성의
일전을 볼 수만 있다면

누구든 죽어도 여한이 없을 거요

허나 저같은 놈이
어떻게 기회가 있겠습니까?

나중에 얘기를 전해듣고
비로소 알게 된 거죠

그 일전을 치른 후에
호적수를 만나지 못했소

그럴겁니다, 화산에서
서성노도와의 일전은..

자, 그럼 설영유혼을 한번 받아 봐라!

내가 겨룬 싸움을 낱낱이
알고 있는 것 같군

네, 그렇습니다

우린 비록 초면이지만 저는
서문형을 지기로 생각해 왔죠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이니
건배하지!

서문형

건배

서문형, 이제 그만 가 봐야겠습니다

그럼 나가지

멀리 안 나가겠네 그럼..

저렇게 날 숭배하는 사람이 있다니..

네, 아내인 나보다 당신을
더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럼 당신은 반성을 해야겠군

-당신은 오늘 좀 이상했어요
-무슨 말이지?

단예의 무공도 고강하지만
당신이 충분히 이길 수 있는데..

그를 이기는 것 보다
그의 검을 유심히 지켜봤어

그 검이 파손되면 아까운 일이니까

그랬었군요

그 검을 보는 표정이
마치 육소봉이..

예쁜 여자를 발견한 것과 같았어요

술이 바닥났잖아

방 값이 석 달 넘게 밀렸어

계속 이럴 순 없고..

뭐라도 훔쳐야겠어

사공적성이 누명을 쓰겠군

내가 이러면 안 되지!

그럼 어떻해야 하지?

내가 어떻게 해야 되지?

있다! 고마워

정맹, 내가 가르쳐줄게

누구요?

잘 배워봐라!

그런 식으로 사기를 쳐서
돈을 뜯어간 사람이 여럿이야

이번엔 절대 안 속는다

다시 해봐, 이번엔 다를 거야

이 비급대로 계속 연마하면
1년 후엔 고수가 될 수 있어

받아라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면 은자 3백 냥을 내 놔라

아까 네게 주입시킨 진기는
천 냥을 주고도 살 수가 없어

자, 받으십시오

그래, 넌 정말 사부를 잘 만났어

사부님

정말 대단하다